
오늘 구글 트렌드에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오르고 네이버 검색량도 같이 뛰길래 무슨 일인가 봤더니, 중앙일보가 28일 단독 보도한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의 새 진술 내용이었다. 중국 1위 D램 업체 CXMT가 삼성전자 출신 한국인 기술진을 통해 핵심 공정 기술을 넘겨받은 과정이 당사자 진술로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28년 '삼성맨'이었던 그가 중국으로 간 이유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은 삼성전자에서 28년간 근무한 전직 부장 전모씨다. 1987년 입사해 반도체 공장 설비 투자비를 산정하는 업무를 맡았던 그는 2015년 무렵 반도체 업황 악화로 회사를 떠나는 인력이 늘던 시기, CXMT 최고기술책임자(CTO)의 통역사였던 주모씨의 제안을 받고 중국 허페이로 건너갔다. CXMT는 기존 연봉의 최소 세후 2배, 일부는 최대 30억원까지 보장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손으로 베껴 적은 노트 12장
전씨에 따르면 CXMT가 처음 만든 18나노 D램 공정 레시피(PRP)는 완성도가 낮았지만, 삼성전자에서 18나노 D램 공정을 경험한 엔지니어 박모씨가 합류한 뒤 상황이 달라졌다. 박씨는 퇴사 전 관련 공정 정보를 노트 12장에 손으로 베껴 적어 반출한 것으로 조사에서 밝혀졌고, 이후 615개에 달하는 CXMT의 PRP 공정이 빠르게 완성됐다. CXMT 임원진 사이에서는 삼성전자를 '옐로마운틴(黃山)'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렀고, 일부 한국인 직원은 CXMT가 세운 비료 회사 명의로 입사하는 등 우회 경로를 거쳤다고 한다.
"안 가져오면 한국 정부에 고발" — 전씨 진술 속 CEO의 압박
중앙일보가 확보한 전씨의 진술서에 따르면, 데이비드 왕(왕닝궈) 전 CXMT CEO는 2016년 10~12월 한국팀을 불러 "너희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PRP와 설비 정보 모두 가져와, 안 가져오면 한국 정부에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전씨는 "당시 무섭고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전씨 측의 법정 진술이며, 왕씨 본인의 반박이나 별도 확인은 보도 시점까지 나오지 않았다.

전씨는 또 이런 압박의 배경에 중국 정부의 투자 조건이 있었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 18나노 공정을 완성하지 못하면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재판은 어디까지 왔나
전씨는 삼성전자가 1조6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무단 유출·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4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까지 혐의를 부인했던 그는 항소심 들어 입장을 바꿔 지난 9일 법정에서 처음 공개 사과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다른 피고인 10명 중 상당수는 PRP가 불법 반입된 사실을 몰랐다고 맞서고 있다. 정작 노트에 공정 정보를 베껴 적었던 박씨는 현재 중국에서 도주 중이며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삼성전자의 다른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은 전직 부장 사건은 지난 4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 4개월이 확정된 바 있다 — 같은 회사·비슷한 시기의 사건이지만 인물과 재판은 서로 다르다.
왜 이 사건이 중요한가
법조계에서는 이번처럼 중국 측 경영진의 개입 정황이 법정 진술로 구체화될 경우, 향후 국제분쟁에서 삼성 측 입지가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영업비밀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침해 인정 이후 결국 1조원 안팎의 특허료를 지급한 사례가 언급된다. 국내 형사 유죄 판결이 나오면 법원이 기술 유출을 공식 인정한 것이어서, 이후 국제 소송에서 반박이 까다로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무리
10년 가까이 적자를 내던 CXMT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내며 세계 4위 D램 업체로 올라섰다. 이번 진술이 보여주는 건 그 성장의 이면에 있었던 인력 유출 구조이고, 동시에 정작 거액을 받고 넘어갔던 한국인 엔지니어 상당수가 기술 이전이 끝난 뒤 회사 밖으로 밀려나거나 귀국 후 수사·재판에 발이 묶였다는 사실이다.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라 최종 결론은 더 지켜봐야 한다.
이 글은 중앙일보의 2026년 9월 28일 단독 보도 두 건(전모씨 진술서·법정 진술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언급된 인물의 실명은 보도 원문의 익명 처리(모씨) 방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아직 2심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진술 내용은 관련자 주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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